[논평]
첫 단추를 잘못 꿴 파인트리 정상화 계획, 심히 우려스럽다

지난 8월 27일, 서울시는 새로운 사업시행자인 ㈜삼정기업, 강북구와 함께 '구(舊) 파인트리(우이동유원지) 사업 정상화 계획(안)'을 마련해 2021년 6월 준공을 목표로 11월에 공사를 재개하며 사업 정상화를 본격화한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계획(안)은 구(舊) 파인트리 사업의 가장 큰 쟁점이었던 북한산 경관 회복, 시민이용의 공공성 확보, 지역사회 상생‧발전, 세 가지를 기본방향으로 수립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지역주민의 숙원과제였던 파인트리 정상화 방안을 마련했다며 의미를 부여하지만 지역에서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논의과정을 지켜보던 대책위 등은 이번 과정을 지켜보며 기대보다는 더 큰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이미 알려진대로 파인트리는 인·허가 과정에서 편법·특혜 의혹, 사실상 ‘호화 아파트’로 초고가 분양 논란 등이 불거졌고 시행사의 부도와 시공사(쌍용건설)의 법정 관리로 인해 2012년 공사가 중단되었다. 뿐만 아니라 이후 서울시 감사를 통해 도시계획분야 5건, 건축분야 5건의 지적상항이 적발되며 인·허가 과정이 졸속, 탈법적으로 진행된 사실이 드러났고 공무원 31명에 대한 징계조치 등이 있었다. 하기에 대책위 등은 ‘파인트리 정상화’의 선결과제는 탈법사항의 시정이며 서울시 감사 지적사항은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임을 주장해왔다. 하지만 서울시의 계획(안)에는 이미 공정률 50% 가까이 공사가 진행되었다는 것을 핑계로 2개동 층고 하향 등을 북한산 경관 회복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는 국립공원 초입이라는 해당 부지의 생태환경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불충분한 방안일 뿐 아니라 감사결과로 제시된 전문가 제안, 제도개선 방안 등에 대한 검토와 후속조치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공공성 확보 방안 마찬가지다. 서울시는 객실의 약 30%를 분양 없이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콘도 내 일부 시설을 개방하는 것을 공공성 강화방안의 골자로 제시하고 있다. 국립공원 턱 밑에 애초 4층 짜리 건물 1동(그린파크 호텔)을 허문 자리에 5~7층 짜리 콘도 14개동이 들어서는 사업계획이 승인된 것 자체가 풍광좋은 북한산 자락을 특정 계층이 전유하기 위한 것으로 파인트리 사업 자체가 공공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다. 이에 대책위는 그동안 서울시가 공공인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함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왔지만 서울시는 이를 적극적으로 검토, 추진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윤창출을 위한 민간기업이 사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일부 객실과 시설을 개방하는 허울뿐인 방안을 제시하며 공공성 강화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또한 상생 방안 역시 실효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 지역 민간기업과 협의됐던 유사한 기존 사례들에서 법적 구속력 없는 협의가 휴지조각이 되거나 지역주민 우선채용은 단순업무, 비정규직 등 나쁜 일자리만 양산하는 것을 여러차례 확인했다. 이는 이윤창출을 최상의 가치로 추구하는 민간기업의 특성상 쉽게 예견되는 것이다. 따라서 공사와 운영에 지역업체 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150여의 직접고용인력을 우선 채용하는 것으로 ‘선순환 경제생태계’를 구축하겠다 것은 실효성 없는 순진한 발상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서울시의 계획(안)은 파인트리의 ‘제대로 된’ 정상화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빠른 사업재개를 위한 정치적 고려가 우선적으로 작용한 결과가 아닌지 우려할 수밖에 없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 지역주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한 가운데 제대로 된 공론화 과정을 밟기 보다는 새로운 시행사가 문제없이 사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지원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아울러 계획(안) 마련 등 공사 재개와 사업 정상화를 위한 공론화 과정에 주민들의 참여가 보장되지 않고 비공개적으로 진행되었다는 것 또한 심각한 문제다. 서울시는 시행사와 강북구, 민간 전문가 등으로 파인트리 정상화 지원 TF를 꾸리고 논의를 진행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TF 회의자료 등은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이는 해당 사업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전혀 납득할 수 없는 것이며 시행사와의 협의를 강제할 아무런 근거를 남기지 않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TF 논의사항을 공개하고 합의사항은 시행사와의 협약의 형태로 남겨야 할 것이다. 또한 계획(안)에서 밝히고 있는 운영협의회 등에 지역주민의 참여를 보장하고 민관합동기구를 구성해 사업 정상화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는지 관리,감독하고 이후 제대로 된 정상화 방안을 논의해야 할 것이다. 

첫 단추를 잘못 꿰면 이후 바로잡는 것은 매우 어려워진다. 대책위 등은 서울시가 발표한 계획(안)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지금이라도 지역주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함께 이를 바로잡기 위한 논의를 시작할 것을 촉구한다. 아울러 이를 위한 첫 걸음으로 빠른 시일 내에 시민설명회를 개최하고 관련 정보를 공개할 것을 요청하는 바이다. 가장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른 법이다.

2019년 9월 2일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북한산콘도위법사항시정및공공성강화를위한주민대책위원회/

산과자연의친구우이령사람들/서울시민연대/서울환경운동연합/우이령포럼/정의당강북구위원회

 

 

Posted by 김일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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