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데니오 납치사건 | 재스퍼 포드 저/송경아 역 | 북하우스 | 2006년 10월



2007년에 읽었던 책인데요.. 그 전에 읽었던 <제인에어 납치사건>의 후속편이라고 해서 구입하게 된 책입니다.

옮긴이의 설명을 보니 영국에서는 서즈데이 넥스트 시리즈가 몇 편 출판된 모양입니다
송경아의 말대로 다른 작품들도 빨리 번역 출간되어 읽어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책의 무대는 1980년대 영국, 하지만 우리가 아는 역사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영국과 러시아는 백 년 넘게 크림전쟁을 지속하고 있는 중이고, 멸종된 맘모스가 무리를 지어 이동하고, 역시 멸종된 도도새는 복제품으로 구입해 애완동물로 키워집니다. 골리앗이라는 초국적기업이 사회의 모든 영역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고, 사람들은 스포츠나 TV가 아니라 문학과 예술에 탐닉합니다.

자신이 숭배하는 작가를 중심으로 파벌이 형성되고, 걸작의 초판본은 세기적 절도의 목표가 될 지경입니다. 이처럼 문학이 문화의 으뜸가는 코드가 되다 보니, 문학 관련 범죄만 따로 조사하는 부서(리테라텍)가 생기고, 주인공 서즈데이 넥스트는 바로 이 문학조사과의 특수작전요원입니다.

전편인 <제인에어 납치사건>에서 제인에어 속으로 들어가 제인에어의 결말을 바꾸려는 음모를 분쇄하는 역할을 한 넥스트는 이번 책에서는 셰익스피어의 희곡인 카르데니오 원본이 갑자기 발견되면서부터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에 휘말려 들어가게 됩니다.

"전반적으로 대체역사와 같은 과학소설의 감수성을 유지하면서도 판타지적 설정과 미스터리의 구성에 더해 코믹과 고전적인 로맨스에 활극을 섞은 패러디 메타픽션에까지 이르고 있다"

작품설명에 나오는 위와 같은 설명처럼 저자 재스퍼 포드는 쟝르를 넘나들며 자유롭고 유쾌한 상상력을 풍자 넘치는 문체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책 속의 이야기로 만들어지고 등장인물들이 살아가는  또다른 세계가 존재하고 책을 읽음으로 해서 그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사람들이 있고, 책 속의 세계를 바꾸려는 음모를 막기 위한 허구사법부가 존재하고. 뿐만 아니라 과거와 미래로의 시간여행이 자유롭게 가능하여 시간은 하나의 흐름이 아니라 시간상류, 하류 그리고 지류까지 존재하고..

제인에어에 대한 음모를 막아낸다는 큰 틀 안에서 사건이 진행되었던 <제인에어 납치사건>과는 다르게 <카르데니오 납치사건>은 일견 큰 관련이 없는 듯한 개별 사건들이 교대로 등장하는 것 같은 구성이어서 약간은 산만한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작가가 만들어 놓은 상상 속 세계의 재미는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만들어 줍니다. 또한 이야기 곳곳에 녹아있는 풍자와 언어유희의 표현은 영어와 영국문화에 익숙했더라면 책읽는 재미를 한층 더 제공해 주었을 것 같구요.

거침없고 유쾌한 상상력으로 독자를 끝까지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다른 서즈데이 넥스트 시리즈도 빨리 번역되어서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아직까지 출간 소식은 들려오지 않아 아쉽네요

Posted by 김일웅